요즘, 늦은 밤 조용한 시간을 내어 마음을 쉬게 해주는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정겨운 『폭싹 속았수다』.
제주도 사투리를 그대로 살린 제목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회를 본 날, 제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남을 울림 하나가 자리 잡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남편이자 아버지인 ‘관식’이라는 사람입니다.
🪵 묵묵히, 그리고 진심으로
관식은 특별한 재능이 있는 인물도,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하루하루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성실하게 그리고 묵묵히 살아갑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는 부모를 탓하지 않고, 아내를 탓하지 않고, 시대를 탓하지도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어려운 순간 남을 탓하며 마음을 달래지만,
관식은 그저 자신의 길을 조용히 걸어갈 뿐입니다.
그런 그의 태도에서 저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진심’을 느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만을 위해서만 내는 화
관식은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단 한 번, 아내 애순을 위해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마저도 미움이 아닌 사랑에서 비롯된,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한 가족을 책임지는 일.
그 조용하고 단단한 사랑이
관식을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 애순도, 탓하지 않는다
애순 역시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남편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그저 이렇게 말합니다.
“나, 좀 힘들어요. 나 좀 돌봐줘요.” 애순은 관식의 진심을 알고, 믿고,
늘 마음 한켠에서 그를 응원합니다. 그 믿음과 배려는
삶이 벅찬 순간에도 두 사람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줍니다.
🎋 ‘삶이 왜 이래’ 하지만 ‘함께 살아가자’
많은 부부들이 때로는 서운함을 표현하며
삶이나 서로를 탓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에겐 그런 모습이 없습니다.
‘삶이 왜 이래’, ‘왜 나만 이래’ 하면서도 상대를 탓하지 않는,
‘우리 함께 잘 살아보자’는 다짐이 있습니다.
지지리 궁상 같았던 시작이지만, 서로를 향한 진심이 있었기에
그들의 삶은 조용한 감동이 되어 다가옵니다.
📖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드라마를 보며 문득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껏 진심으로 살아왔는가.
삶의 고비마다 누군가를 탓하지는 않았는가.
내 가족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진심을 전하며 살아왔는가.
관식은 말없이 제게 묻는 듯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얼마나 진지하게 살아냈는가.”
✍️ 우아한 아빠의 서재에 남기는 말
남을 탓하는 일은 잠시 내 마음을 위로해 줄 수는 있어도,
결국 나 자신을 병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조용히 알려줍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지켜낸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을 묵묵히 믿어준 또 한 사람.
그 두 사람이 함께 살아낸 인생이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그리고 오늘,
저도 다시 다짐해봅니다.
진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저의 하루를 살아가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