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제사는 단순히 조상을 기리는 의식이 아니란다.
『중용(中庸)』에는 이런 말이 있어. “제사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대하되, 마치 계신 것처럼 섬기고,
마주 보고 있는 듯이 공경해야 한다.”
이 말 속에는 형식이 아니라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진심이 담겨 있단다.
조상을 향한 공경과 감사의 마음, 그리고 현재의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경건함이 제사의 본질이지.
며칠 전, 너희 외할아버지의 100일제를 지내며 아빠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100일제는 돌아가신 분이 이승을 떠난 지 100일이 되는 날, 그분의 명복을 비는 의미 깊은 시간이지.
예전에는 그저 정해진 절차 중 하나라고만 여겼지만, 이번에는 너희 어머니와 함께 정성껏 준비하고
엄숙하게 임하면서 그동안 관성적으로 반복했던 행동들을 반성하고,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었단다.
예전의 제사는 너무 형식에 치우쳐 있었단다. 정해진 순서, 많은 음식, 긴 시간 동안의 준비...
특히 너희 어머니와 같은 며느리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곤 했지.
하지만 아빠는 이제 이렇게 생각해.
제사의 본래 뜻을 알고, 가족이 함께 준비하고, 형식을 줄이고 마음을 더하면
조상과 이어지는 마음, 가족과 친척 간의 유대,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말이야.
제사는 우리의 뿌리를 기억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 시간이다.
너희가 앞으로 살아가며 이런 전통과 의미를
강요받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무엇이든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오래 간직될 수 있으니까.